아플때는 꼭 밥을 챙겨 먹어야 한다는 말이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흔히 아프면 입맛이 없더라도 밥을 잘 챙겨 먹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아플 때 잘 먹는 게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뜻인데, 과학적으로 근거 있는 것일까?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아플 때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단순히 기력을 보충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몸의 면역 세포를 최상의 상태로 재설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은 최근 식사 여부가 인체 면역 반응에 핵심적인 ‘T세포'의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29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식사 전 공복 상태와 6시간 후(6시간 동안은 자유로운 식사 가능)의 혈액을 각각 채취해 T세포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식사를 마친 뒤의 T세포는 공복 상태일 때보다 활성화에 필요한 영양분을 빠르게 흡수하며 대사 활동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식사를 통해 섭취한 지방의 역할이었다. 지방을 섭취하자 T세포의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향상되고 단백질 합성도 촉진됐다. 이를 통해 T세포는 바이러스 등 외부 침입자에 맞서 더 빠르게 증식하고, 위협을 장기간 기억하는 세포로 분화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 'mTOR'라는 영양소 감지 센서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추정했다. 식사로 체내 영양분이 풍부해지면 mTOR 신호가 활성화되는데, 이는 T세포에 '에너지가 충분하니 전투 준비를 강화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 신호를 받은 T세포는 바이러스에 맞서는 면역 물질인 '인터페론 감마(IFNγ)'와 '종양괴사인자(TNF)'를 공복 상태일 때보다 훨씬 많이 생산했다.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에서도 식사를 한 쥐의 T세포가 하루동안 굶은 쥐보다 증식 능력과 감염 방어력 모두에서 우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효과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았다. 식후 채취한 T세포를 7일간 배양한 결과, 공복 상태에서 얻은 T세포보다 뛰어난 기능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T세포가 활성화되는 시점의 영양 상태가 향후 면역 반응의 성패를 가르는 변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그렉 델고프 교수는 "감기에 걸리면 잘 먹으라는 옛말에 과학적 일리가 있는 셈"이라며 "언제, 무엇을 먹었는 지가 T세포의 활성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향후 면역 치료법을 개선하고 백신 접종 효과를 극대화할 최적의 시점을 찾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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